№ 08 Myth

얼굴 탔을 때 안 돌아오는 색 — 탄 것과 기미를 가르는 몇 주

휴가 뒤 어두워진 얼굴은 대개 시간이 걷어갑니다. 다만 같은 얼굴 안에 그 시계로 안 움직이는 자리가 섞여 있을 수 있어요. 오늘 거울에서 보실 건 어디가 어떻게 어두워졌는지까지입니다.

얼굴 탔을 때 안 돌아오는 색 — 탄 것과 기미를 가르는 몇 주

몸은 돌아왔는데 얼굴만 안 돌아왔다는 말을 자주 봅니다.

“겨울되면 돌아오겠지 하고 여태까지랑 똑같이 로션바르고 햇빛만 피해 다녔는데 아직까지도 전혀 돌아오지않네요”

“몸쪽만 돌아오고 얼굴쪽이 왜 하나도 안돌아오는건지”

이분이 하고 계신 방법은 맞습니다. 안 탄 자리를 옆에 놓고 비교하는 것 말이에요. 가슴과 얼굴을 나란히 두고 “여기랑 다르네” 하고 보는 것. 색을 볼 때 그보다 나은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비교가 얼굴 바깥에서 멈춰 있어요.

“겨울 되면 돌아온다”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겨울 되면 돌아온다”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균일하게 탄 톤은 실제로 걷힙니다. 걷히는 건 색이 표백돼서가 아니라, 피부가 교체돼서입니다. 자외선이 만든 색소는 표피 아래쪽에 있고, 그걸 담은 세포가 표면으로 밀려 올라와 각질과 함께 떨어져 나가면서 색이 빠집니다. 그래서 걸리는 시간의 상한은 피부가 한 번 갈리는 시간이 정합니다. 대개 4~8주입니다. 대개, 라고 쓴 이유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문헌도 얼마나 오래 가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걸 가르는 조건은 아직 잘 모른다고 씁니다. 실제로 한 번의 여름 뒤 1년 넘게 색이 남은 경우도 보고돼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얼굴 안에, 그 시계로 움직이지 않는 자리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먼저 나누는 건 얼마나 탔나가 아닙니다

휴가 뒤 얼굴이 어두워져 오신 분을 볼 때 제가 먼저 나누는 건 얼마나 탔나가 아닙니다. 어디가 어떻게 어두워졌나입니다. 얼굴 전체가 고르게 한 톤 내려앉은 경우가 있고, 광대에 자리와 모양이 있는 색만 따로 짙어진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분들은 둘 다 까매졌다고 하시는데, 피부 안에서 벌어진 일은 다릅니다. 뒤쪽은 이번 여름에 새로 생긴 게 아니라 원래 옅게 깔려 있던 게 자외선을 받고 올라온 겁니다. 그건 기다린다고 걷히지 않고, 오히려 더 진해 보이게 됩니다.

여름에는 이 둘이 겹쳐 보입니다.

얼굴 전체가 고르게 덮여 있으면 광대만 따로 진한 것이 대비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덮은 색이 걷히기 시작해야 밑에 남는 색이 보입니다. “겨울 되면 돌아온다”가 여태 잘 맞았던 분일수록 오히려 늦게 아십니다. 매년 돌아왔으니 올해도 기다리시고요. 덮여 있어서 안 보였을 뿐인데요.

진정을 잘했는데 톤이 그대로였다면

화끈거리고 붉은 건 며칠에서 몇 주면 가라앉습니다. 그런데 색은 그 시계로 안 움직여요. 탄 색은 노출하고 이삼 일 지나서야 올라오기 시작해 3~5주쯤 가장 진해지고, 그 뒤에 서서히 옅어집니다. 시계가 둘인 겁니다. 진정을 열심히 했는데 톤이 그대로여서 “내가 뭘 잘못했나” 하셨다면, 잘못하신 게 아닙니다. 진정이 돌본 건 첫 번째 시계였습니다.

나아 보이는 며칠이 가장 약한 때입니다

그 몇 주가 왜 중요하냐면, 탄 피부는 장벽이 무너진 상태인데 그 무너짐이 탄 당일에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분이 빠져나가는 정도는 이틀쯤 지나서부터 나빠져 나흘째에 가장 심해집니다. 겉의 열감이 가라앉아 좀 나아 보이는 며칠이, 실제로는 제일 약한 때입니다. 색소를 만들라는 신호도 햇빛을 끊는 순간 꺼지지 않습니다. 노출이 끝나고 몇 달 뒤까지 그 회로가 켜져 있는 것이 확인된 적 있습니다.

지금 하실 건 단순합니다. 장벽을 더 긁는 관리는 잠시 내려놓으세요. 차단은 꾸준히 하시고요. 남는 시간은 진정과 보습에 쓰시면 됩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피부가 충분히 재생될 때까지 한 달 정도는 자극적인 관리를 피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이건 제 임상 기준이고, 문헌이 지지하는 최소선은 그보다 짧습니다.

오늘 거울 앞에서 할 일

오늘 거울 앞에서 하실 수 있는 건 그다음입니다. 얼굴을 한 덩어리로 보지 말고 이마, 코, 양 볼, 광대, 턱으로 나눠서 보세요. 전체가 고르게 내려앉았는지, 아니면 유독 한 자리가 모양을 가지고 짙은지. 그 자리를 표시해두고, 몇 주 뒤에 같은 조명에서 다시 보세요.

  • 고르게 어두운 쪽이 옅어졌다면 → 탄 톤이었습니다
  • 표시한 자리가 그대로거나 더 또렷해졌다면 → 그 시계로 안 움직이는 자리입니다

둘 다라면, 얼굴 안에서 시계가 둘로 갈린 겁니다.

그 자리의 색이 정확히 무엇인지까지는 거울이 답하지 않습니다. 거울로 보실 수 있는 건 위치와 균일성까지예요. 그 너머는 직접 봐야 갈립니다. 기미인 줄 알고 오셨다가 다른 것이었던 경우도, 그 반대도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건 안 하셔도 됩니다.” 그냥 전반적으로 타기만 하고 광대에 따로 올라온 색이 없다면 굳이 레이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판단이 필요해지는 건 갈라 보고 난 다음입니다.

몇 주가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다만 그동안 피부를 어떻게 두시는지가 그 결과에 같이 들어갑니다.

그러니 오늘은 거울 앞에서 표시만 해두세요. 지금 손댈 것과 기다릴 것은 그때 가서 갈라도 늦지 않습니다.

Dr. 최원혁


Dr. 최원혁

— 최원혁

피부과 의사 · 진료실 14년 · Skinna 편집

‘겨울 되면 돌아온다’가 여태 잘 맞았던 사람일수록 늦게 아는 이유. 같은 얼굴 안에서 시계가 둘로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