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크림을 발라도 그대로인 다크서클, 관리 부족이 아닐 수 있어요
다크서클이 그대로였던 건 관리 부족이 아닐 수 있습니다. 색이 진한 건지, 얇아서 비치는 건지, 눈 밑 입체감 때문인지.
№ 07 Compass
‘모공 줄여주세요’ 하고 시술부터 찾게 되는 건, 모공이 다 같은 줄 알기 때문이에요. 사실 모공은 세 종류. 층이 다르면 맞는 도구도 다르고, 거울 앞 1cm면 내 것부터 보입니다.
진료실에서 이런 장면을 정말 자주 봅니다.
의자에 앉자마자 코를 손끝으로 짚으면서 “여기 모공 좀 줄여주세요” 하고 들어오세요. 폰을 보면 인모드나 프락셀 광고 한 장이 이미 열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술을 고르고 오신 거지, 모공을 보고 오신 게 아닙니다.
그럴 때 저는 장비 이야기를 바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손거울을 하나 건네고 이렇게 말합니다.
“1cm만 가까이 대고 보세요. 코 말고, 볼도 한번 보시고요.”
거울을 볼 앞에 가져가는 순간, 표정이 바뀌는 분들이 있습니다. 코 모공은 동그란 점처럼 송송 뚫려 있는데, 볼 모공은 아래로 눈물방울처럼 늘어져 있거든요.
“어… 코랑 볼이랑 모양이 다르네요?”
이 한마디가 나오면 상담의 절반은 끝난 겁니다. 그동안 ‘모공’이라고 뭉뚱그렸던 게, 사실은 한 종류가 아니었다는 걸 스스로 보신 거니까요.
넓어진 모공에는 크게 세 갈래의 원인이 있습니다. 어려운 이름 말고, 거울에서 보이는 대로 부르겠습니다.
기름이 막은 모공. 동그란 점처럼 송송 뚫려 있고, 코나 이마처럼 피지가 많은 자리에 잘 생깁니다. 피지가 죽은 각질과 뭉쳐 모공 입구에 마개를 만들고, 그 마개가 입구를 물리적으로 벌려 놓은 상태입니다.
늘어진 모공. 눈물방울이나 Y자처럼 아래로 처져 보이고, 볼이나 턱에 잘 나타납니다. 나이와 자외선이 모공을 받치던 콜라겐을 분해하면서 벽이 무너져 늘어진 겁니다.
여드름 자국 모공. 입구가 넓고 깊게 파여 있습니다. 반복된 염증이 진피 콜라겐을 무너뜨려, 조직이 아래로 당겨 붙은 함몰이죠.
그런데 이 셋은 벌어진 층이 서로 다릅니다. 그러니 손대야 할 자리도 다르고요.
기름이 막은 모공이라면, 살리실산(BHA) 같은 지용성 성분이 피지 속으로 스며들어 뭉친 마개를 풀어내는 층입니다. 이 경우는 집에서 홈케어로 먼저 시작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늘어진 모공은 여기서 안 풀립니다. 벽의 장력이 빠진 문제라, 각질을 아무리 벗겨내도 벌어진 폭은 그대로예요. 이 층은 RF나 비박리 프락셀처럼 진피에 열을 줘 새 콜라겐을 만들도록 자극하는 도구가 손대는 자리입니다. 대신 이쪽은 하루아침에 안 됩니다. 한 연구에서는 개선이 1개월부터 6개월에 걸쳐 천천히 이어졌습니다. ‘이번 주에’가 아니라 수개월 단위라는 뜻입니다.
여드름 자국 모공은 파인 바닥을 끌어올리는 층이라, 박리형 프락셀 CO2 같은 도구가 언급됩니다. 다만 이쪽은 홍반과 색소침착이라는 다운타임을 대가로 치릅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제일 좋은 걸로 해주세요’라는 요청을 14년째 정중히 거절합니다. 기름이 막은 모공에 콜라겐 장비를 쏘거나, 늘어진 모공에 각질 제거만 반복하는 건, 원인과 다른 층을 계속 두드리는 일이거든요. 참고로 장비끼리 맞대본 연구에서도 한쪽이 낫다는 결론은 안 나옵니다. 애초에 순위를 매길 문제가 아니라, 층이 다른 문제거든요.
20대 후반에서 40대 사이 분들 상담에서 가장 자주 보는 실망이 있습니다. 홈케어를 반년 넘게 썼는데 볼 모공이 그대로여서, “나한테는 화장품이 안 듣는다”고 결론 내리고 오시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거울을 대보면, 그 볼이 기름이 막은 자리가 아니라 늘어진 자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이 나빴던 게 아니라, 처음부터 층을 잘못 고른 겁니다. 각질·피지를 겨냥한 도구를, 탄력이 빠진 자리에 쓰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오늘 집에 가시면, 시술 이름을 검색하기 전에 거울을 1cm 앞에 대보세요. 코만 보지 마시고, 볼과 턱까지 부위별로 나눠서요.
한 얼굴에 두 종류가 섞여 있는 경우가 아주 흔합니다. T존은 기름이 막은 모공, 볼은 늘어진 모공, 이런 식으로요. 그러니 ‘내 모공은 한 종류’라고 미리 정하지 마시고, 부위마다 따로 표시해 보세요.
그렇게 표시를 하고 나면, 부위마다 갈 길은 대개 이 셋 중 하나입니다.
“모공 어떻게 줄여요”라고 물으시면, 저는 늘 거꾸로 여쭤봅니다. 그게 어떤 모공인지 보신 적 있으세요? 모공도 여러 가지라서, 광고가 미는 그 시술이 줄여주는 모공이 당신 모공인지부터 아는 게 먼저거든요.
거울 앞에서 1cm, 부위별로 한 번씩만 보세요. 그것만 해도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절반은 보입니다.
Dr. 최원혁

— 최원혁
피부과 의사 · 진료실 14년 · Skinna 편집
‘모공 줄여주세요’라는 요청이 답이 잘 안 나오는 이유. 모공은 한 종류가 아니라, 층이 다른 셋이라서.
다크서클이 그대로였던 건 관리 부족이 아닐 수 있습니다. 색이 진한 건지, 얇아서 비치는 건지, 눈 밑 입체감 때문인지.
콜라겐 부스터, 비교표보다 먼저 봐야 할 건 내 얼굴 사진 한 장이에요.
휴가 뒤 어두워진 얼굴은 대개 시간이 걷어갑니다. 다만 같은 얼굴 안에 그 시계로 안 움직이는 자리가 섞여 있을 수 있어요. 오늘 거울에서 보실 건 어디가 어떻게 어두워졌는지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