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콜라겐'에 흠칫했다면 — 처음 들으면 다 그랬던 재료들
낯선 출처의 재료가 익숙해지기까지의 과정을 알면, 다음 자극적인 보도에 덜 흔들립니다.
의자에 앉자마자 그분이 묻습니다.
"근데 그게 진짜 시체에서 나온 거예요?"
4월 20일 그 보도가 나간 뒤로, 이 질문을 정말 자주 받습니다. 시술을 받기 전인 분도, 이미 받고 며칠 지난 분도 비슷하게 물어보세요.
광고에서는 "검증된 안전"이라고 하고, 뉴스에서는 "시체"라는 단어를 쓰고, 친구는 옆에서 "찝찝하지 않아?"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헷갈립니다.
"내가 뭘 모르고 있었던 건가?"
"괜히 받은 건가?"
"정말 내 몸에 그런 게 들어간 건가?"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저는 보통 그 질문에 이렇게 답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느끼시는 게 맞습니다. 의학은 원래 처음 들으면 흠칫하게 되는 재료들을, 아주 오래 검증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조금 차분히 해보려고 합니다. 다 읽고 나면, 다음에 또 자극적인 보도가 나오더라도 적어도 같은 문맥 안에서 볼 수 있으실 겁니다.
인슐린 — 처음엔 도살장 소 췌장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가 지금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인슐린도 처음부터 깨끗한 실험실 이미지였던 건 아닙니다.
1922년, 당뇨로 죽어가던 14세 소년 레너드 톰슨에게 처음으로 인슐린이 주사됩니다. 그 인슐린의 출처는 소의 췌장이었습니다.
도살장에서 가져온 소의 이자에서 추출한 물질이, 죽어가던 아이를 살린 겁니다.
지금은 인슐린을 두고 "동물 장기에서 나온 물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출발점만 놓고 보면, 당시 사람들도 분명 흠칫했을 겁니다.
"소 췌장에서 나온 걸 사람 몸에 넣는다고?"
그 낯섦을 지나, 정제 기술이 좋아지고, 사용 경험이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인슐린은 생명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치료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히알루론산 — 처음엔 소 눈알 속의 젤이었습니다
히알루론산도 비슷합니다.
요즘은 HA라고 하면 수분감, 볼륨, 자연스러움 같은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필러나 스킨부스터를 이야기할 때 너무 익숙하게 나오는 성분이죠.
그런데 처음 히알루론산이 분리된 곳은 소의 눈 안쪽, 유리체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소 눈알 속의 투명한 젤 같은 조직에서 시작된 겁니다.
지금 들으면 조금 낯설죠.
하지만 의학에서는 이런 일이 반복됩니다. 처음에는 출처가 낯설고, 사람들은 당연히 불편해합니다. 그다음 과학자들이 구조를 이해하고, 더 안전하게 만들고, 더 일관되게 생산하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히알루론산도 그렇게 동물 유래 원료를 거쳐, 지금은 주로 미생물 발효로 생산되는 성분이 되었습니다.
처음의 출처가 평생 그 물질의 의미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물질이 어떻게 정제되고, 어떻게 검증되고, 어떻게 사용되는가입니다.
보톡스 — 원래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그 독입니다
보톡스는 더 극적입니다.
보툴리눔 톡신. 이름 그대로 원래는 신경독입니다.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그 독입니다.
그런데 의사들은 그 독이 근육으로 가는 신호를 막는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너무 강하게 긴장한 근육을 잠깐 쉬게 만들 수 있다면, 치료에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겁니다.
처음부터 미용 시술로 시작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눈 근육 이상, 사시 같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처음에는 다들 불안했을 겁니다.
"사람 몸에 독을 주사한다고?"
그런데 그 독은 용량과 부위와 목적을 통제하는 순간, 치료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지금은 많은 분들이 명절 전, 중요한 일정 전, 자연스럽게 예약하는 시술이 되었죠.
원래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입니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진 그 시술이고요.
리쥬란 — 한국 시장이 이미 한 번 통과한 같은 흠칫
한국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리쥬란이 처음 알려졌을 때도 그랬습니다. 출처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분들이 똑같이 반응했습니다.
"연어에서 나온 걸 피부에 넣는다고요?"
"연어 DNA요?"
"그거 좀 이상하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요.
리쥬란은 더 이상 아주 낯선 시술이 아닙니다. 점심시간에 잠깐 들러 받고 가는 분들도 많고, 피부 재생 시술을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후보에 오르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집니다. 다만 그 사이에는 항상 검증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 — 리투오·셀르디엠 같은 ECM 부스터
요즘 상담실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는 시술들이 있습니다. 리투오, 셀르디엠 같은 ECM 기반의 재생 부스터들입니다.
뉴스에서는 자극적으로 "시체 콜라겐"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조금 더 차분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단어만 들으면 불편할 수 있습니다. "기증 인체 진피"라는 말도 어렵고, "사람 피부에서 유래했다"는 설명도 처음 들으면 당연히 흠칫합니다.
하지만 실제 과정을 조금 풀어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장면과는 다릅니다.
이런 ECM 기반 재료는 기증받은 사람의 진피에서 세포와 DNA 같은 개인의 흔적을 최대한 제거하고, 콜라겐과 엘라스틴으로 이루어진 구조만 남긴 재료를 활용합니다. 쉽게 말하면 "누군가의 피부를 그대로 넣는 것"이 아니라, 세포 성분을 제거한 뒤 피부의 지지 구조에 가까운 매트릭스를 남기는 방식입니다.
그래도 여기서 중요한 말이 하나 있습니다.
아직 새 재료라는 점입니다.
인슐린도, 히알루론산도, 보톡스도 처음에는 작은 시작점이 있었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리투오나 셀르디엠 같은 시술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까지 나온 연구와 사용 경험은 있지만, 오래 쌓인 장기 데이터나 반복 시술에 대한 누적 데이터는 아직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재료를 설명할 때 "무조건 괜찮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위험하다"고 겁을 주는 것도 맞지 않다고 봅니다.
더 정확한 표현은 이쪽입니다.
새로운 페이지입니다.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조심해서 읽어야 하는 페이지입니다.
그래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제 답은 단순히 "그거 시체 아니에요"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너무 쉽게 끝나버립니다. 그리고 고객이 느낀 찝찝함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답은 이렇습니다.
"그 표현 때문에 불편하셨을 수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다만 리투오나 셀르디엠 같은 ECM 기반 재생 부스터는 의학이 늘 지나왔던 '낯선 출처의 재료를 정제하고 검증해 사용하는 과정' 안에 있습니다. 다만 아직 새 재료이기 때문에, 무조건 유행처럼 따라가기보다는 조심해서 보고 선택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리투오나 셀르디엠을 권할 때도, 저는 유행하는 시술이라서 권하지 않습니다. 피부 상태, 기대하는 변화, 불편하게 느끼는 지점, 그리고 아직 더 지켜봐야 할 부분까지 함께 설명한 뒤에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의학은 늘 이런 식으로 조금씩 앞으로 왔습니다.
- 소 췌장
- 소 눈의 유리체
- 식중독 독
- 연어 DNA
- 그리고 이제 기증 인체 진피에서 유래한 매트릭스
처음 들으면 누구나 흠칫합니다. 하지만 흠칫하는 것과 휘둘리는 것은 다릅니다.
흠칫하는 건 정상입니다. 그다음에는 물어보고, 확인하고, 맥락을 보면 됩니다.
그 정도만 알아도 다음 뉴스에는 훨씬 덜 흔들리실 겁니다.

Dr. 최원혁